전략&통계

[대공사] 실패경험도 공모전 당선으로 가는 밑거름

이기범 독자님

2015.02.04

조회수 6687

봄이 여름을 꽁지에 달고 급히 달아나던 어느 날, 공모전 결과 발표날인 줄도 모르고 마냥 빈둥거리다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축하드립니다. 이기범 님. 저희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수상하셨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오후 다섯 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아, 드디어! 내가! 해냈다! 그토록 갈구하던 공모전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몇 날 며칠을 밤새워가며 글 쓴 것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비록 아직은 수상 사실만 알고 어떤 상인지는 모르지만, 수상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고취되어 있었다.


그 눈부신 성과에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물론, SNS에도 이 사실을 올리며 기쁨을 호소했다. 마치 대상이라도 된 듯이 승리를 선전하였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지, 그래 다들 알다시피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뭐 그런 얘기야. 지금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지. 나 공모전에서 상 탔다!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실현되니 기쁘긴 기쁘네. 나랑 밥 먹을 사람 댓글!”


지금 생각하면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지만 당시 댓글 반응은 뜨거웠었다. 그간 수고했다고, 한턱내라고, 날짜 잡자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그 반응에 환각효과라도 있었는지, 나는 이미 시상식에서 쓸 소감을 궁리하고 있었다.


정확히 네 시 오십팔 분, 나의 기쁨은 딱 거기까지였다. 발표명단에서 찾은 내 이름 옆에는 ‘참가상’이라 적혀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한 결과 어찌나 민망했던지 티셔츠 겨드랑이는 땀으로 축축했고, 이마엔 비 오듯 땀이 났다. ‘망했다.’ 이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제 어쩌면 좋지? 대책을 궁리하고 있던 찰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수상 턱을 언제 낼 거냐?’는 남 속도 모르는 질문이었다. 뭐라고 대답할지 곤란해서 어색한 웃음만 짓다가 전화를 끊었다. 배터리를 분리해서 내동댕이쳤다.


저녁 먹기 위해 둘러앉은 식탁에서는 부모님의 칭찬세례가 쏟아졌다. 역시 내 아들이라며, 언젠가는 해낼 줄 알았다, 그나저나 요즘 날씨가 왜 이리 추우냐며, 따뜻해 보이는 외투 하나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등.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몰라서 나는 애써 만든 웃음만 되돌려드렸다. 차마 부모님한테만큼은 사실대로 말씀드릴 수 없었다.


한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에게 있어 이번 공모전은 가벼운 몸 풀기에 불과했죠. 이제 더 큰 상을 겨냥할 겁니다. 그때 훨씬 더 좋은 선물 안겨드릴게요”라고 간신히 생각을 쥐어짰다. 10분 뒤, 내 방에서 조그맣게 웅크린 채 머리만 쥐어뜯었다. 할 수만 있다면 좀 더 작아지고 싶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을 나 스스로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좌절할 순 없었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앞으로 맞이할 여러 난관을 미리 겪어두는 거라 생각했다. 일종의 선불인 셈이다. 그날 이후로 묵묵히, 아무도 모르게 공모전에 정말 열심히 몰두했다. 난 공모전에 좋은 성적을 내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분명히 생겼다.


이제부터 착실히 갚아나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공모전을 선택했다.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경험에서 열정을 가득 담아 재도전하기 시작한 결과, 2013 따뜻한 동화 공모전에서 우수상, 제44회 한민족통일문예제전에서 경기도의회 의장상 등 다양한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쌓아 계속 도전하면서 연달아 수상하다 보니 나름 요령을 터득한 듯했다. 눈부신 성과가 만들어지자 나 자신이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이젠 웃을 수 있다. 이렇게 참 설익었던 나의 과거 이야기도 좋은 글의 재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부지런히 공모전에 도전하리라. 국내 최대 규모의 공모전 사이트, 씽굿에서 탐색하고 있는 모든 공모전 준비생들! 시상식에서 마주치게 되면 유쾌하게 눈인사 합시다.


※ 이기범 님의 공모전 수상경력

제2회 대학생 과학에세이 공모전(은상) - 동아사이언스
2013 따뜻한 동화 공모전(우수상) - KT&G 복지재단
제12회 ICT 콘텐츠 공모전 글짓기 부문(장려상) - KT 문화재단
2013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수기 공모전(우수상) - 시장경영진흥원
영남일보 책읽기 공모전(장려상) - 영남일보
제44회 한민족통일문예제전(경기도의회 의장상) - 민족통일중앙협의회
외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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