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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창작물 저작권 논쟁 따라잡기
2025.02.03
조회수 32489
“AI 활용 창작물도 저작권이 있나요?”
● 인공지능 활용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논쟁
인간과 AI가 함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AI가 생성한 창작물의 저작권과 소유권의 법적 규정은 어떻게 되고 공모전에선 어떤 가이드라인이 필요할까요? 글_이동조 전문기자(공모전 코칭 전문가)
인공지능으로 만든 음원, 저작권료 결론은?
국내 가장 큰 음악 저작권 신탁 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작곡가 이봄 씨가 만든 음악에 대해 저작권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봄의 창작물에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음악들은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봄 씨는 2016년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 교수팀이 개발한 작곡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6년간 30만 곡의 음악을 만들었어요. 이 중 3만 곡을 판매해 총 6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유명 트로트 가수의 사랑 노래를 작곡하기도 했고, 신인 발라드 가수의 싱글 앨범을 작곡해 가수가 실제 데뷔하도록 도왔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보호받아야 할 저작권자임이 마땅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도 저작권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은 인공지능의 작곡 창작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적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협회는 이봄의 음악이 ‘사람’이 아닌 ‘AI’가 작곡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며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저작권법, 저작권은 ‘인간 창작물’에 한함
대한민국 현행법상 인공지능은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자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저작권법에서 저작권의 대상인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현실적 가치를 창출한 창작물로 6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음악이었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결정은 정당한 것일까요? 인공지능 시대가 된 오늘, 논쟁과 대안은 피할 수 없을 듯 보입니다.
인공지능 활용 창작물도 저작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이들은 “AI 시대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제 거의 모든 창작물은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 갈텐데, 그 역할 구분을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인공지능 창작물에 저작권을 부여하면 안 된다는 이들은 “AI 창작이 대체로 이미 완성된 인간의 창작물을 학습시켜서 만들어지니, 표절의 문제가 생긴다”라고 주장합니다. 인공지능의 창작물까지 저작권이 부여된다면 순수하게 콘텐츠를 만드는 인간 창작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창작자들이 많습니다.
인공지능 생성물의 저작권 문제, 문광부 지침 마련
인공지능의 창작물에 대해서는 저작권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법 규정 역시 대체로 ‘인간의 창작물’만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주요 국가들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은 저작권을 적용하지 않는다’라거나 ‘인간이 창조한 결과물만 저작권에 적용받는다’라는 규정이 대체로 통용되며, 저작권 등록 신청 역시 같은 취지로 기준이 설정돼 있습니다.
우리 저작권법 역시 저작권자가 권리를 지니는 저작물의 범위를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난 2023년 12월에 ‘AI 저작권 지침’을 명확하게 정리하여 발표했습니다. 그 핵심은 ‘AI가 만든 그림, 시·소설 등 모든 창작물의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AI 저작권 지침 발표(2023.12.27) 핵심 내용
1. AI가 만든 그림, 시·소설 등 창작물의 저작권 불인정한다.(인간의 창작물만 저작권 인정)
2. 저작권 등록 규정에 이 내용을 명시한다.
3. 인간과 AI가 함께 작업한 창작물도 ‘인간 행위에 의한 결과임이 명백한 부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인정한다.
4. 인간이 전체 기획을 하고 명령어(프롬프트)만 입력한 경우에도 저작권 등록을 불가한다.(창작물의 표현에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있었다고 볼 수 없음)
5. 고의로 AI 생성물을 자신의 저작물인 양 등록 신청한 경우 허위 등록으로 처벌될 수 있다.
6. 저작권 등록은 할 수 없어도 인간의 독창성이 인정되는 창작물은 ‘편집저작물’로 등록 가능하다.
문광부 지침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대한민국에서는 AI가 생성한 모든 창작물을 누구나 사용 가능한 공공재, ‘시민 공원’처럼 생각하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이 창작품이 인간이 만든 것인지, AI가 만든 것인지, ‘인간 행위에 의한 결과임이 명백한 부분’에 대해 인간과 AI가 어떻게 간여했는지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데 있습니다.
당연히 ‘인간’의 간여도 단계가 높아질수록 인간의 창작품으로 저작권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앞으로도 이 간여도를 무 자르듯 딱 구분하거나 증명할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미국은 인공지능 생성물의 저작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저작권청의 경우 “인간의 창의적 투입이나 개입 없이, 무작위 혹은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적 프로세스 또는 기계에 의해 만들어진 작업물”에 대해서는 저작권 등록을 거절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사람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종 작품화한 소설은 저작권을 인정했지만, 인공지능이 디자인한 이미지에 대해서는 저작권 등록을 거절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모전에서는 ‘요강 가이드라인, 유의사항’에서 지침 필요
인공지능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은 앞으로도 논쟁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만큼 제도적, 법률적, 도의적으로 명확한 정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공모전 도전자들이나 창작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산출한 창작품이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저작권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공모전 주최사는 ‘인공지능 활용 가능 여부나 관련 가이드라인’, ‘인공지능 활용 시 주최사 심사 규정이나 시상금 지급 규정’ 등을 정해 요강에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지능 활용을 지나치게 규제하면 창작품의 양질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AI가 생활 속에 일상화되면 관련 기준과 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