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COLUMM

아재개그와 부장님개그를 읽는 문화코드

유재은 에디터

2017.04.10

조회수 12635

 젊은 층과 소통하면 반드시 흥한다! 

아재개그와 부장님개그를 읽는 문화코드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중학교는 무엇일까요?", "여자 아이돌 중 마음이 가장 느긋한 멤버는?"  

정답은 바로 '로딩중''태연'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를 보며 피식 웃을 것이고 어떤 분들은 허무함을 느끼셨을 텐데요. 이는 지난 한 해 대세코드로 자리 잡았던 일명 '아재개그'입니다.

 

아재개그에는 단순히 허탈하고 가벼운 유머를 넘어, '권위주의를 벗고 젊은 층과 소통하고자 하는 아저씨'들의 사회상이 담겨 있습니다.

 

아재란 아저씨를 낮춰 부르는 말로, 아저씨로 통칭되는 세대가 가부장주의와 권위주의를 버리고 유치함을 무릅쓰면서도 젊은 층과 소통해보고자 던지는 농담이 '아재개그'입니다.

    

 

아재개그와 '부장님개그'의 차이점 

일각에서는 아재개그와 일명 '부장님개그'를 같은 선에서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둘은 엄연히 다른데요. 우선은 농담을 던지는 주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부장님개그는 권위주의의 상징인 '부장'이라는 직급을 가진 상사가 주체이지만, 아재개그는 권위의 여부와는 상관없는 '아저씨'입니다. 아니, '아저씨'도 아닌 '아재'이지요.

    

또한 부장님개그는 유치한 말장난과 농담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웃어야 했던 '권위적' 성격요소가 담겨있는데 반해, 아재개그는 이러한 'OO주의'를 배제해 누구나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처럼 꼭 '아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죠.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세로 자리 잡았던 아재개그는 장르를 불문하고 사용되었습니다. 개그 프로그램과 각종 예능에서도 사용되었고, 교집합이 전혀 없을 것 같은 패스트푸드점에도 사용되었는데요. 롯데리아에서는 지난해 'AZ'버거(아재버거)를 출시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품질 좋은 원재료를 사용했다는 뜻에서 (A to Z)이름을 붙인 것이지만, 제품명을 봤을 때, 유행 코드인 '아재개그'가 반영된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B급 문화''B급 감성'의 힘  

아재개그는 'B급 문화''B급 감성'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B급 문화란 1930년대 미국에서 상영되었던 저예산 영화를 의미하는 'B급 영화(B Movie)'에서 유래된 개념으로, 최근에는 대중문화에 확산되고 있는 비주류 문화를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B'은 엄격한 기존의 문화와 달리, 자유롭고 파격적이며 저렴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제대로 활용한 곳은 바로 '광고업계'입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의리' 열풍이나, ''(SSG) 나타난 신세계광고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신세계는 광고에서 자사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이니셜(SSG)를 그대로 읽은 ''이라는 말을 넣어 광고를 구성했는데요. '쓱 하나 해야겠어요'라는 말은 SNS상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고, 수많은 패러디물을 양산하며 대 히트 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힘  

이처럼 일명 B급 감성이 담긴 아재개그가 통하는 요인으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꼽혔습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SW) 항공사는 이러한 유머코드로 성공을 거둔 사례로 유명한데요. 항공기내 금연정책이 실시된 후, 이에 대한 손님들의 불만이 발생하자 SW항공사는 기내방송을 했습니다.

 

"승객 여러분,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흡연하실 분들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항공기 날개 위에서 편하게 담배를 피우길 바랍니다. 이어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당시 저가 항공사였던 SW항공기에는 다른 항공기에 비해 불편사항이 많았지만 가벼우면서도 재치 있는 기내방송으로 인해 SW항공사는 사람들의 호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1971년 단 4대의 항공기로 운항 서비스를 시작했던 SW 항공사는 현재 여객운송 기준으로 세계 3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성장했는데요.

 

성공의 배경에는 유머를 담은 (fun) 경영철학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젊은층과 소통하기 위해 권위주의를 벗어던진 아재들. 아재개그가 대세코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머가 아닌,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한 아재들의 자세와 마인드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_유재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