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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JOB수다

제정모 사회공헌 기획자

2019.03.26

조회수 9650

Special Column

 




사회공헌 JOB수다

 갑과 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통상적으로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으면’ - ‘이고,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 ‘이라고 합니다. 갑은 을에게 돈 벌 기회를 주는 위치에 있으니 늘 힘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을은 갑을 만족시켜야 했고 자신이 선택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갑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을을 힘들게 하면 그것이 갑질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몇 년 전부터 갑질이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나오면서 더 조심하게 되는 면도 있을 겁니다. 돈 좀 있다고 해서 지위를 악용하여 을에게 매너를 지키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는 분위기입니다.

 

  많은 업무계약이 이루어지는 사회공헌 분야에도 서로 간에 예의를 더 지키는 것 같습니다. 우선 계약서에 이라는 표현 자체를 자제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굳이 갑과 을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회사명을 쓰는 경우죠. 갑과 을이라는 개념을 없앤다는 것은 갑이 을을 존중하겠다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자본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과거와 같이 무조건 우세한 지위를 의미하지 않게 됐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돈을 갖고 있다고 해서 더 높은지위가 아니라는 겁니다. 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의 일을 하기 위해서 다양한 역할과 능력이 필요하지요. 우선 돈이 있어야 할 것이고, 해당 분야의 다양한 전문성이 필요할 것입니다. 영화로 치면 제작자, 좋은 작가, 배우, 감독, 미술 등등 분야별 전문가가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회공헌 사업은 다양한 전문기관과 협력관계

 

  사회공헌 사업에도 다양한 전문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 사업은 예술대학교와, 의료사업은 병원과, 교육사업은 전문교육기업 등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의 재원을 담당하는 기업의 사회공헌팀이나 기업재단들은 돈을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전문기관들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반문이 가능할 것입니다.

 

  “한 곳에서 협력을 하지 않으면 돈을 가지고 다른 곳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공헌은 협력기관 간에 전적으로 상대방을 믿고 신뢰하는 신의가 매우 중요합니다.

 

  재원 담당 기관은 사회공헌을 위해 뜻을 모아 준 전문가 집단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보내야 하며, 전문가 집단 또한 자신들의 능력을 믿고 귀한 재원을 맡겨주는 기업을 존중해야 합니다.

 

  서로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좋은 기획이 나오고 진정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드는 좋은 사업이 탄생하기 때문이죠. 일의 품질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공헌의 파트너를 찾는 일은 낮은 가격의 물건을 고르듯이 견적서를 통해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갑질에서 벗어나는 것도 사회공헌 이미지

 

  우리의 사회공헌 철학을 이해하는가, 우리가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 등 전혀 다른 기준으로 파트너를 모셔야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일이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는 평판 관리의 기능도 있습니다. 사회공헌을 하는 곳이라면서 거래관계나 협력기관, 대행사 등에 갑질을 하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영리기업의 부도덕함이 받는 손가락질 이상의 상상하기 힘든 큰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평판을 관리하기 위해서 일부러 신사적으로 구는 것은 아니더라도, 진정 상대방에 대한 매너를 지키면서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 등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사회공헌 분야에 몸담고 싶은 분들이라면 자신의 위치가 과 가깝건, ‘과 가깝건 살대방에 대한 호감과 존경을 갖고 상호 신의성실의 원칙 속에서 일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재원을 담당하는 소위 의 위치에 있는 분이라면, 자신이 행사하는 자금력이라는 것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정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일을 함께하는 모든 관계자들에 대해 진정 어린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사회공헌 분야에 갑과 을은 없어야 합니다. 오로지 각자의 상황에 맞는 능력들이 있을 뿐입니다. 마음을 바탕으로 서로의 능력이 모였을 때에 돈도 더욱 그 가치를 발할 것이고, 일도 더욱 잘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추진된 사업의 많은 수혜자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_제정모(사회공헌 기획자)

 

 자유기고가(updateeveryday@hanmail.net)

필자는 홍보대행사와 신문사 등을 거쳐 현재는 모 단체에서 문화예술 사회공헌 기획자로 일하며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다수의 대기업 및 공공기관 주최 공모전을 기획했고, ‘온드림스쿨’,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 등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많은 이들과 함께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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