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Column

사회공헌 JOB수다

사회공헌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잘 풀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성과평가’입니다. 일을 했으면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사회공헌은 그 성과를 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과를 만들었다고 한들, 진짜 처음에 목표로 했던 성과인지 알기도 어렵습니다.

물건을 팔면 매출이 나오고 공부를 시키면 성적이 나오는데, 이 사회공헌이라는 녀석은 정확한 스코어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소외계층의 청소년들에게 공연을 보여주는 사업을 한다고 하면, 그 공연 이후에 소외계층 청소년의 삶이 좋아졌는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좋은 일을 했으면 그만이지, 꼭 평가를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의견에는 반대입니다. 소중한 자원은 꼭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효과측정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검증된 성과는 사회로 다시 공유되어 다른 이들의 귀감이 되어야 사회적 시너지가 발생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현실적 한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최선의 사회공헌의 효과를 거두고 그 성과를 사회와 소통할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실현가능한 목표 세워야

많은 포인트가 있지만 지면상 하나의 말씀만 드리고자 합니다. 사회공헌 기획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현실적인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사회공헌의 목표와 목적은 매우 중요하게 명문화되는 내용들입니다. 공식적인 보고서와 계획서에 쓰인 목적과 목표는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인 것이 아닌,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회공헌 주최 측은 처음부터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또한 이룰 수 없는 목표라면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어떤 일이건 그 자체로서는 의미 있고 중요한 일들입니다. 그러나 성과평가의 단계로 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성과평가 관점에서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의미 없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과평가는 이행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과 목표를 현실적으로 세워야 측정 자체가 가능해집니다. 다시 공연 관람의 예를 들어보죠. A기업은 ‘양질의 문화향유 기회 제공을 통한 청소년의 삶의 질 개선 기여’라고 사업목표를 세웠습니다. B기업은 ‘청소년 문화력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 문화공연 관람 기회 보급 – 매년 1만 명씩 10년간 10만 명에게 제공’이라고 세웠습니다.

언뜻 같은 것 같지만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고, 하나는 ‘관람 기회를 보급’하기만 하면 되는 목표입니다. 어느 것이 현실적인가요? 후자일 것입니다. 삶의 질이 개선되었는지 도대체 어떻게 평가할 건가요?

이는 물론 말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추상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렇게 되었는지 아닌지 몰라 속을 태우고 목표 대비 내용이 부실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보다는, 관람기회를 보급하는 역할 정도로 자신들의 사회적 역할을 구체화하여 나름의 평가를 가져가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사업목표’는 완수되는 것을 전제로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고, 성과평가는 그것의 완수 여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도화’라는 이름으로 사업 업그레이드 가능

그렇다면 이렇게 계속 ‘조삼모사’식으로 일을 해야 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업력이 쌓이면 소위 ‘고도화’라는 이름으로 사업 업그레이드를 하게 되는 시점이 옵니다. 단순히 공연을 보급하는 것 외에, “좀 더 깊이 관여해 보자”라고 도전하는 것이죠.

이러한 단계가 되면 표본조사를 하거나 장기간의 지원을 통해 학생들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도를 관찰하는 수준으로 사업목적을 더 심도 있게 세울 수 있습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사회공헌을 하나의 업무로 보는 관점에서의 성과평가의 의미와 그 실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회사 차원의 사업계획서에 표현되어 있는 ‘사업목적’은 그렇게 가벼운 개념이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이러저러한 목적으로 그저 일을 하면 된다는 수준이어서도 안 됩니다.

따라서 사회공헌 기획자이거나 사회공헌 기획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우리가 가진 자원으로 어느 수준까지 현실적인 목표를 이뤄낼 수 있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사업에 착수하는 사전기획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글_제정모(사회공헌 기획자)

 자유기고가(updateeveryday@hanmail.net)

* 필자는 홍보대행사와 신문사 등을 거쳐 현재는 모 단체에서 문화예술 사회공헌 기획자로 일하며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 다수의 대기업 및 공공기관 주최 공모전을 기획했고, ‘온드림스쿨’,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 등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많은 이들과 함께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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