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의 철학

나는 10대 때 목숨을 잊고 피아노를 두드렸다.

왜냐하면 아무리 두드려도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연주를 할 수 없었기에 그토록 매달린 것이다.

한 번 앉으면 16시간을 내리 두드렸다.
어느 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건반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다만 연습하던 버릇으로.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치 뱀이 잔잔한 물 위를 지나가듯 나는 편안하고 행복한 연주를 하고 있었다.

피아노를 쳐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더더욱 정교하게 잘 쳐야겠다는 생각 역시 털끝만큼도 없었는데 이렇게 완벽한 연주를 할 수 있다니.

나는 그때 크게 깨달았다.

“풀어라. 다 된다.”

내가 두드렸던 피아노의 페달이 구멍 나면서 얻은 답이었다.

그렇다. 나처럼 열심히 안 해도 된다.
그저 탁 풀고 할 수만 있다면 된다.

무슨 일이든 탁 풀고 1분만 할 수 있다면 그 누구라도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2013.7.22]